연필

드로잉과 ‘Edge’ 작업은 주로 연필을 사용한다. 무수한 선을 쌓아 올려 만든 짙은 검은색은 물감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기법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Edge’ 작업에서 농담을 처리하는 것 중 깊은 검은색을 표현하는 건 시간이 동시에 기록되고 있는 게 시각적으로 보인다. 재료의 특성이 요령 없고 솔직하다. 천성이 자연인인 알몸의 예민한 돌쇠. 원시적이며 원초적이고 단순하지만 섬세하여 표현하려던 근본적인 것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우연은 없다. 의도한 대로, 어디에서 멈추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거의 모든 작업은 ‘Staedtler Mars Lumograph Black 100B’ 4B, 8B를 사용한다. 2B, HB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파버카스텔, 스테들러, 블랙윙 등 가리지 않는다. 저 농담과 단단한 심이 필요한 부분에선 브랜드 특성을 크게 타지 않는다. 블랙윙 매트를 사용해 봤는데 결국 스테들러 마스 블랙으로 마무리를 하게 됐다. 큰 작업에선 2 다스 가까이 사용하는데 블랙윙은 너무 비싸다. 가벼운 선 드로잉에 어울린다. 파버카스텔 PITT 매트 흑연도 스테들러에 비해 블랙이 부족하다. 좋은 연필인데 한 세트 사둔 게 아직도 있다. 아무튼 내가 사용해 본 연필 중 가장 검은색은 스테들러 마스 블랙이다. 필기감은 약간 뻑뻑한 느낌이 드는데 콘테와는 차이가 크다. 스테들러 마스 블랙에 비해 블랙윙 매트 블랙은 선이 매끄럽게 그어진다. 아주 미미한 차이다. 아무튼 계속 써야 하니 망하거나 단종하지 마시라. 

staedtler mars lumograph bl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