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 | We live here.
Space M
2017. 4.3 ~ 22
작가 노트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 시리즈는 현재 내 주변으로 조성된 삶의 환경이 이곳에 사는 모든 것으로부터 어떤 변화와 적응을 요구하는지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표현한 작업이다. 자연과 문명의 간극에서 보이는 현상을 회화적 언어로 표현하여 자연스러운 관점의 이동을 기대한다. 예술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은 그 주제를 일상으로 가져오게 하는 것과 작품을 통한 감성적 일치를 경험하게 되는 것인데 작가와 관람객 모두가 각자의 다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한 걸음 만큼의 정서적 토양이 되는 것으로 이는 곧 우리가 사는 환경을 전시를 통해 환기하여 일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서로 연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 시리즈는 동물을 묘사하는 것에서 시작해 풍경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필로 그린 동물은 장난감 블록이나 봉제 인형의 속을 채우는 솜으로 신체 일부를 표현해서 정서적인 충돌을 의도했다. 생산 가능한 속성을 가진 소재를 사용해서 대체 가능하지 않다는 상식을 통해 생명을 재인식하고자 했다.
디지털 방식의 그림은 오일이나 수채화 등 기존의 물리적 기법의 알고리즘을 구현한 것인데 전통적 방식의 회화에서는 디지털 방식에서 가져올 필요가 없거나 가져올 수 없는 것들뿐이다. 이렇게 역행한 경우는 없지만(불필요하기에) 표현기법을 제외한 기호화되어 언어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들에 한해서 이번 풍경에 사용했다. 예를 들어 투명한 부분은 그리드 안에 회색과 흰색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데, 이 그리드를 물리적 방식의 회화에 사용하는 건 “투명한”, “지워진” 또는 “비어있는” 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몇 가지 익숙해진 표기를 언어의 대체 수단으로 사용했다. 넓은 면 안에 작은 큐브로 이루어진 풍경에 배드픽셀이나 얼룩 또는 그래픽 오류로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뭉개짐이나 일그러진 현상을 차용하여 표현한다. 풍경의 소재 선정 기준은 자연과 문명이 맞닿는 지점이다.
이번 전시 주제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에도 네모나네가 등장한다. 네모나네는 나의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캐릭터로 2003년 단편 애니메이션을 위해 만들었고 지금까지 회화와 조각으로 표현 영역을 확장해왔다. 네모나네는 나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뷰파인더와 같은 역할을 한다. 대상을 관찰하고 내가 접해있는 세상을 읽어내는 방법으로써 캐릭터 네모나네를 통한다. 새롭게 경험하는 것 중 특정하게 자극되는 것으로부터 기억 속에 잔상으로 흩어져있는 이미지를 꺼내게 될 때 그 자원이 되는 세계관 위에 재구성하는 것이 곧 작품 세계가 된다. 그리고 내가 현재 머물고 있는 환경에 영향을 받는 작업 경향이 네모나네를 통해 드러난다. 도시에 있을 땐 그 안에서 두드러지는 고독하고 쓸쓸한 개인의 정체성을 그렸고, 산과 들이 가까운 이곳에선 자연 속에 있는 모습으로 빈번하게 그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