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In Search of Lost Time
Gallery Royal
2014. 12.11 – 2015. 2. 24
전시 서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1913년 출간된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년)가 출판한 동명의 소설에서 따온 제목으로 시간과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망각과 기억에 대하여,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끊임없는 시간의 상실에서 벗어 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하고 있으며, 그 대답은 ‘기억’에 있다.
프루스트가 얘기하고 있는 ‘기억’의 개념은 우리들이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이를테면 일반적인 메모에 의지하는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종류의 기억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프루스트에게 있어 기억은 결코 의도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의식의 과정이 아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인 작가, 마르셀이 홍차에 마들렌을 찍어 먹다가 그 맛을 통해서 어린 시절 일요일 아침에 먹던 홍차와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자신이 찾아낸 기억은 그저 지성의 의지에 의해서만 기억되는 것이라고 일갈했던 그가 홍차 한 모금에 특별한 일이 몸 안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영혼에 새겨진 기억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것은 아무런 예감도 없이 우연히 발생하고 갑자기 떠오른다. 끊임없이 그 영향력을 행사하며 심연에 존재하고, 그것은 감각의 자극을 유발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맛과 냄새’와 같은 자극이 그것이다. 이렇게 감각을 통해 느끼는 것은 일련의 연상 작용을 시작하게 하여 예측하지 못했던 내면의 지평을 연다. 기억은 기억을 체험하는 사람을 열광적인 흥분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것은 아주 드물게 순간적으로 밝아지는 정신의 특성이며, 어떤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영감으로 다가온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은폐기억’이라고 명명한 암호로 저장된 기억과 경험들을 재해석하고 흡수할 때 우리는 온전한 자신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예술적 영감으로 다가온다. 예술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함으로써 스스로 억압하고 가두어 두었던 경험과 마주한다. 예술은 사라진 것을 다시 포착하여 파멸로부터 구원한다. 바로 그 기억을 환기시키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며 진정한 사유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5명의 작가는 각자의 내면에 발견되지 않은 특별한 기억의 유물을 찾아내 이를 통해 만들어진 각기 다른 기억의 변주를 펼친다.
– 갤러리 로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