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DRAGON, 용이 전하는 복락의 노래

LaLuna Meta Gallery
2024. 01.05 – 02.17

poster
전시 서문

청룡은 동방의 수호신이자 생명과 재물을 보호하는 신령스러운 존재였고 동양에서 용은 황제를 상징하였다. 이 상서로운 기운에 더해 동양에서 가장 완벽한 숫자라고 불리는 팔(八)에 맞춰 여덟 명의 작가가 모였다. 부제인 “용이 전하는 복락의 노래”는 용에게 선물을 받은 대나무로 만든 피리를 불어 세상의 근심 걱정을 잠재웠다는 만파식적의 이야기에 모티브를 두고 있다. 라루나를 찾은 여덟 용들이 전하는 복락의 노래가 이제 들려올 것이다.

작가 노트

용을 주제로 한 전시 기획안을 받았을 때 떠오른 첫 번째 이미지는 커다란 날개로 하늘을 날며 불을 뿜는 서양의 화룡이었다. 영화에서 자주 접하던 이미지가 떠올랐을 텐데 내가 익숙하게 보던 형태와 어려서부터 내재된 이미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유럽이나 중동의 용은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존재로 묘사된다. 용 주변엔 보물이 가득했고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공포의 대상, 그야말로 대재앙이다. 반면 한국에선 신성한 존재로 여겼다. 나에게 내재된 용의 이미지는 신성하고 신비한 존재, 사람들의 염원이 담겨 만들어진 변화무쌍하고 흐릿하며 거대한 존재다.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호랑이를 따른다” 문헌에 있는 내용이다. 용은 구름 사이에 숨어있는 게 아니라 구름을 만들어 구름과 함께 다닌다. 구름을 몰고 다니는 용은 땅에 비를 내리고 그 땅을 비옥하게 해 번영케 한다. 그건 곧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번영으로 이어진다. 운룡도의 세계관을 내 나름대로 이렇게 해석했다. 
운룡도는 구름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 용을 그린 민화다. 운룡도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에 매력을 느꼈고 그걸 내 작업 형식으로 재해석하고 싶었다. PN시리즈(투영된 네모나네)의 다양한 형태의 색 면이나 색 띠를 쌓아서 네모나네 형태를 만든 형식에 운룡도의 세계관을 가져오기로 했다. 운룡도 v.1, v.2에서 구름과 용은 색으로만 구분할 수 있도록 같은 형식, 비슷한 면으로 그렸다. 구조적으로는 깎아서 끼워 넣는다고 표현해도 틀리지 않다. 운룡도 v.3에선 그리기와 마스킹 작업을 혼용했으며 하늘에서 아래로 살짝 내려보는 시점이다. 작업하는 동안 하늘 풍경의 또 다른 그림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는데 용은 최소한의 이미지만 남기고 풍경 속에 들어가게 하며 묘사는 하지 않는 게 이번 작업의 규칙이었다.

전시 모습 | Exhibition view

출품작 | Related works